개인공간

100m 달리기

ㅁ아이러브ㅁ 2012. 2. 1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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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관중 속에서 몇초의 승부만으로 결정되는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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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

 

경기시작 전.

 

남자가 여자에게 부탁한다.

" 도착지점에서 가만히 기다려 줄 수 있나요? "

여자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남자는 애써 태연한 척  경기장으로 나갔다.

 

출발선에 서 있는 참가자들.

남자 또한 맨 가장자리에 서 있다.

출발 준비.

 

탕~!!.

모두들 앞으로 달려간다.

남자는...... 제자리에 그대로.

 

서서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잠시후.....

남자는 천천히...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한발짝.... 한발짝.... 작은 걸음으로 걸어 나간다.

 

100m 거리를 눈을 감은 채 걸어간다.

 

...눈을 감고 걷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걸음거리가 점점 더 좁아진다.

...주위 소리가 들린다. 점점 크게 들린다. 남자의 행동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자세히 남자의 마음으로 들어온다.

 

한 사람의 소리가 아닌 많은 사람의 소리가 온다.

듣고 싶지 않은, 안 들을 수도 있는 많은 말들이 덮쳐온다.

 

남자의 걸음이 멈추었다. 앞이 더욱더 안 보인다.

모든 곳에서 밀려오는 소리중에는 남자를 위한 것은 없었다.

남자의 이상한 행동에 대한 불만,짜증,부정적인 것들만 넘쳐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남자는 점점 위축되어져 갔다. 움직일 수 없었다.

나를 도와주는 소리. 나를 위로해 주는 소리.

나를... 나만을....위한 소리....를 기다린다.

 

하지만 어디에도 없다. 없었다.

더욱더 매몰찬 소리가 강하게...깊숙히 들릴 뿐이었다.

 

남자는 계속 기다린다.

기다리고만 있는다.

 

조용해질꺼야....사라질꺼야....조금만 조금만 기다린다면....

하지만...

남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더 직접적이고 날카롭게 날라 올 뿐이었다.

 

남자는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해 점점 더 작아졌다.

 

100m 거리는

이제...

처음 출발점보다도 더...더...더... 멀어져 버렸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나갔을까...앞으로 어느 정도 남았을까...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가득찼다.

내가 이것을 왜 했을까...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다면...도전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

혼란스럽다....고통스럽다...

좌절.

 

그 때였다. 남자는 이상함을 느꼈다.

주위의 소리가...

그렇게 마음속으로 파고든 소리가 안 들린다.

 

눈을 뜨고 싶어졌다.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이상해져 버렸다.

 

무슨 일이 생긴걸까...내가 지금 다른 곳으로 와 버렸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된 것일까...

보고 싶다...

 

눈을 뜨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조금만 보면 될꺼야. 아무도 모르게 아주 조금만...

눈으로 조금씩 빛이 들어오려 한다.

 

다른 그 어떤 누구도 모를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을...

아무도.. 아무도....

그런데.....................................

 

나 자신은 알고 있다.

처음 생각한 것. 이것을 시작할 때의 마음.

그것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두 다리는 움직여지지 않고 두 눈만이 모든 것을 확인하기 위해 열리기 시작한다.

아주 잠시동안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는데 눈은 쉽게 떠지지 않았다.

아니...뜰 수 없었다.

눈을 다시 질끈 닫았다.

모르겠다.

 

지금 나의 행동을....왜 눈을 다시 감았는지...

빠르게 뜨고 몰래 다시...할 수 없었다....할 수 없었다.

 

눈에선 눈물이 마음대로 흘렀다. 제멋대로 흘렀다.

멈추고 싶어도 멈춰지지 않았다.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눈물이 났다.

 

한참을 울었다. 울고 울고 또 울었다.

이제 울 힘도 나지 않은 듯 했다.

 

이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 이 자리에 서 있었을까....

한심하다.

멍청하다.

울고 있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어이없는 웃음.

웃음이 나왔다.

이게 뭐하는 짓일까...그렇게 웃게 되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이제 될대로 되라.

 

그렇게 생각하고 한 걸음을 움직였다.... 움직였다....

그리고 들려왔다.

 

//////////

 

소리.

많은 소리. 끊없는 소리.

부정적인 말들로 가득찬 소리가 ( 나에게) 남자에게 왔다.

 

남자는 당혹스러웠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랐다.

그 많던.... 적지 않았던 모든 것이 다시 다가왔다.

남자는 방금 내민 발걸음을 다시 제자리로 옮겼다.

 

하지만 그대로였다. 들려왔다.

남자는 다시 한 발짝 움직였다. 계속 들려왔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들린다....들린다..

 

남자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알 수 있었다.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을... 남제에게 퍼부어 대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렇게 듣기 싫었던 것들이 이제 들린다.

듣고 싶었다.

딱히 어떤 것이다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에 남자의 마음은 행복했다.

 

몸이 한결 편해졌다.

남자는 다시 시작했다.

눈을 감고 천천히...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

 

사라지지는 않았다. 계속 들린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았다.

강하면 강해졌지...약해지지는 않은 소리가 마음속을 찌르는데도 괜찮았다.

 

오히려 걸음이 더 자유로워지면서 기분이 좋았다. 속도가 붙었다.

이제는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눈은 닫혀있지만 앞이 보이는 것처럼 선명해졌다.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갔다.

 

더 많이...더많이...그래!!..나는 이런 사림이니까 막 소리 질러라....

더욱더 말해줘!!!... 넌 미쳤다고...

 

남자는 이제 걱정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100m의 거리도 좁아져 갔다.

이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조금만 더...조금만 더...

 

//////////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지금 이 상황도 갑자기 조용해지지는 않았다.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에게 느껴진 것은 사람들의....갑작스러운.... 침묵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괜찮았다. 한번 겪은 일이니까...

남자는 걸어나갔다.

한 걸음...두 걸음...

다시 한 걸음..두 걸음..

한 걸음.

한.... 걸음이 멈춰졌다.

 

그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렇게 조용해질리 없어.

그래 이건 내가 만든 환상일 뿐이야.

다시 앞으로 나가면 들릴꺼야.

앞으로 나아가면 분명히....들릴꺼야..

 

남자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지만 들리지 않았다.

남자는 다시 가만히 서 있게 되었다.

 

왜 안 들리는 거지?... 내 귀가 이상해졌나...

남자는 귀에 손을 갖다대고 손을 비벼보았다.

들린다.....

남자의 행동에 귀에선 정확히 들렸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들렸던 나에게 거세게 오던 소리는 안 들린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어떻게 그 많은 소리가 안 들릴 수 있겠어?...

거짓말이야...

 

남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주위에 있는 사람 모두가 정말로 아무 말도 없었다.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거대한 침묵.

 

눈을 감으면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소리가 있다면 보이진 않아도 있는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소리마저도 없다.

 

눈으론 볼 수 없고 귀로는 들을 수 없다.

남자는 움직이질 않는다.

나아갈 수 없다.

 

//////////

 

이렇게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하면 들릴꺼야...

지금 잠깐동안 내가 너무 들뜬 나머지 안 들릴 수 있어...

천천히 귀 기울이면 들릴꺼야...말도 안되는 일이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있을 수 없는.....

혹시 사람들이 다 나가버렸나...그렇다면 안 들릴 수 있지.

 

확인해 볼까...

남자는 지금까지 감고 있던 눈을...

살짝만 뜰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눈을 감았다.

 

내가 얼마동안이나 걸어왔다고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나갈 수 있었겠어...

100m 걸어 온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겠냐고........

 

남자는 지금까지 걸어 온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생각해 보았다.

눈을 감아서 지금 남자의 위치가 얼마나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남자는 대충 반은 왔을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남자는 반을 왔다.

 

//////////

 

남자는 더욱더 깊이 생각했다.

내 걸음거리하고 오다가 멈춰서서 울고......우는 시간. 얼마나 걸렸을까...

얼마 못 왔나...천천히 걸어왔고 두려워서 더 좁게 걸어온 거 같은데...

그렇다면 지금 나는 아직 반도 못 왔나...그런가...

아직 반도 못 넘었어. 괜히 혼자 들떠서 반도 안 왔는데 좋아했던거야.

그래서 사람들도 나가고 없는 거고..

울면서 시간은 흘러가니까 모두들 집으로 간거고...

지금 내 귀에 사람들 소리가 들리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한 거네...

 

이런 미친 짓이나 하는 걸 계속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더 말도 안되는 것일꺼야.

나는 왜 이럴까...

혼자 기분 좋으면 다른 사람도 좋아할꺼라 생각하고...

내가 옳으면 남도 맞다고 생각하는 건지....

 

남자는 그렇게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제 눈 떠도 되겠지...아무도 없는데...

혼자 이곳에 서 있을 뿐인데...

괜찮을 거야....모든 것이 끝났으니까...

 

남자는 다리에 힘이 풀려져 버렸다.

남자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져 버렸다.

다시 또 눈물이 흘렀다. ( 눈은 자신도 모르게 감겨 있는 채...)

 

소리를 질러볼까...그럼 반응이 있을꺼야...

남자는 순간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지리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누구도 없는 이곳에서 소리 지르면 참 볼만하겠다.... 남자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대답하였다.

 

처음부터 이상했어. 달리기 시합에서 걷고 있는데 아무도 안 말리고 있잖아....

빨리 다음 경기를 치른다고 하던가...옆으로 나오라고 하던가..

그냥 끌고 가면 될 일이잖아..

 

지금 내가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 했나...

갑자기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혼자 어디로 떨어진건가...

외계인에게 납치 당했나...

여긴 어디... 난 누구?....

 

몰래카메라인가...

지금 내 주위에 방음벽 같은 걸 만들어서 어떤 소리도 안 들리게 한 건가....

장난치고 있는 건가...

 

모르겠어.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남자는 주저앉아 있는 채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버렸다.

 

//////////

 

끝났다..마무리..종료..마지막..최후..최종..끝!!!.... 더이상은 없다. 없다....

아무것도 없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잠시 후.

남자는 일어났다. 끝내기 위해서....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은 모든 것을 위해서 일어났다.

 

일어나면서 남자는 알게 되었다.

눈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는 사실을...

 

남자는 손바닥을 눈에 대고 눈을 만졌다.

이제 곧 있으면 번쩍하고 뜰 눈에 피로를 푼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가지며 그렇게 꾹꾹 눌러주었다.

이걸 하면서도 어이가 없는지 웃음만 새어 나왔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눈을 뜰려고 했다. 떳어야 했다.

떠야 하는데... 손바닥이 눈을 뜨는데 방해하고 있다.

하지만 눈은 뜰 수 있다.

핑계일 뿐이다.

 

출발선상에서부터 눈을 못 뜨게 막았던 것은 없었다.

 

단지 혼자 목표를 잡아가는데 이용할 뿐이었다.

이렇게 못하고 저렇게 못하니까 핑계거리를 만들고....

할 수 있으면서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냈던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 무엇도 남자를 막았던 것은 없었다.

 

남자는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 채로....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달렸는지 모른다.

무작정... 달린다....

앞에 무엇이 있든지 달린다.

달리고 달리고 달린다.

 

그리고...

남자는 달려가다가 넘어졌다.

 

쓰러졌다.

온몸이 아팠다.

무얼 위해서 달린 것도 아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하지 않으면...

정말로 미쳐버릴꺼 같았다.

어쩌면 이미 미쳐 있는지도 모른다.

 

남자는 다시 또 울었다. 쓰러진 채로...

 

지금 고작한다는 것이...

눈 감고 달리는 것 뿐이라는 것에 남자는 짜증이 났다.... 화가 났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안된다.

여기가 끝이다. 더는 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끝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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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고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것은 죽음. 죽음일 것이다.

다른 것을 생각할 수가 없다. 다른 것을 생각한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마지막 끝인데 다른 것이 들어온다면...

계속 계속해서 미련이 남아서 들어온다면...

 

정말 그것이 최후에 나에게 오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 또한 이런 나에게 온 너무나도 작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가 없다.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끝나버리면... 모든 것이 끝나버릴꺼 같다.

 

 

내가 마음 먹은대로...생각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면....

                               이미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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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뒷 이야기.

 

끝에 있는 남자.

모든 것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주위는 온통 어둡고 조용하다.

 

그곳에...

빛이 들어온다. 목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쓰러진 채로 있다.

 

그런데...

그 빛이 점점 강하게 느껴진다. 크게 들린다.

 

남자는 일어났다.

 

그리고 걸어갔다.

 

눈은 꽉 닫아 놓은 채 걸어갔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걸어갔다.

 

계속 걸어갔다.

 

넘어질듯 말듯 흐느적거리며 걸어갔다.

 

여기가 맞는 길인지 아니면 다시 되돌아 가는 길인지도 모른채 걸어갔다.

 

걸어갔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또렷하게 들린다.

 

그 방향이 맞아. 아니야 되돌아가...

조금만 옆으로 가. 아니 그쪽이 아니라니까...

여기저기 사람들이 가르쳐 준다.

 

여기가 옳고 저쪽은 틀려...

여기가 올바른 길이고 저쪽은 실패하는 길이야...

 

가지마.....

 

남자는 온갖 소리를 듣는다.

그렇지만 남자는 그냥 걸어간다.

그냥 걸어간다.

 

//////////

 

마침내 도착지점에 다다랐다. 하지만 남자는 멈춰섰다.

얼마 남지 않은 거리.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닿을 수 있다.

그런데 남자는 움직이질 않는다.

 

눈은 감고 있지만.....

귀는 많은 소리를 듣고 있지만....

 

기억도 나지 않는 곳에서부터...

은은하게 바람을 타고 날라오는....

마음 속 깊숙히 파고드는 향기에..........

남자는 앞으로 못 가고 있다.

 

그곳에 그녀가 있다.

 

이제 갈 수 있는데...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남자는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그녀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도 보이지 않고.......

주위에 시끌시끌한 소리는 그녀가 맞다고 한다.....

갈 수가 없다.

 

지금까지 온 거리보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거리가 훨씬 멀게만 느껴졌다.

 

 

남자는 여전히 눈을 감고 세상의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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